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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읽는 <좌안, 우안> (이별, 츠지 히토나리, 공간)

by 모두함께성장 2025. 3. 30.

좌안 책 표지 이미지

 

 

츠지 히토나리의 『좌안 우안』은 이별과 기억, 사랑의 잔향을 담은 섬세한 감성 소설입니다. 조용하고 느린 호흡으로 관계의 끝자락을 그려내며, 독자에게 한없이 고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감성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좌안 우안』을 다시 읽으며, 작품 속에 담긴 사랑의 거리, 인물의 감정, 그리고 잔잔한 문장의 아름다움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마음의 거리

『좌안 우안』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닙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감정의 여운과, 완전히 닿지 못하는 두 사람의 거리감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좌안’과 ‘우안’이라는 공간적 개념은 작품의 메타포로 활용되며, 서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닿을 수 없는 마음의 거리, 혹은 운명의 평행선을 상징합니다.

주인공인 남녀는 이미 헤어진 관계입니다. 그들은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거나,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각자의 시선으로 상대를 그려냅니다. 작가는 두 인물의 내면을 교차하여 서술함으로써, 독자가 마치 그들 사이에 놓인 강을 함께 건너는 듯한 심리적 체험을 하게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극적인 사건이 없습니다. 대신 미묘한 감정 변화, 스치는 시선, 공기의 결조차 묘사되는 정밀한 서사로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이 소설은 "왜 우리는 끝났을까"라는 질문보다는, "끝났음에도 왜 아직도 마음 한켠이 아픈가"라는 감정에 더 깊게 다가갑니다. 작별 이후에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스쳐 지나가는 냄새 하나, 계절의 공기 속에 녹아 있는 감정들이 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이런 감정의 결을 아주 조용하고 잔잔하게 전달하며, 독자 스스로의 기억과 사랑을 환기시키는 힘을 지닙니다.

 

 

츠지 히토나리 문체의 아름다움과 정서의 울림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단순하면서도 깊습니다. 그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풍부합니다. 『좌안 우안』에서는 이런 문체적 특성이 극대화되어, 마치 음악을 듣듯이 조용한 감정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특히 대사보다 내면 묘사에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감정의 본질을 더 깊이 전달합니다.

그의 문장은 종종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옵니다. 한 줄 문장에 하루치의 감정을 담아내고, 등장인물의 시선을 빌려 독자 자신의 감정을 꺼내게 합니다. 일본 특유의 ‘비움의 미학’이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비어 있는 사이사이의 여백 속에서 감정이 흐르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오히려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강제적인 공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감정이 흘러가는 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기억과 맞닿게 됩니다. 어떤 이는 첫사랑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끝나버린 사랑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읽는 이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열린 구조의 감성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간으로 그려낸 감정의 풍경

『좌안 우안』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은 역시 ‘좌안’과 ‘우안’이라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상태와 관계의 위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실제로 작품 속 두 인물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 강은 물리적인 거리이면서, 심리적인 거리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떠났지만 완전히 멀어지지는 못한 채, 어딘가로 향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상대의 존재를 의식합니다. 이들은 마주 보지만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삶에서의 ‘불완전한 연결’을 의미합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사랑은 계속 바라보기만 하며 끝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공간의 의미는 더욱 강화됩니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시간과 기억, 삶의 방향성까지 그 좌우의 위치로 상징화됩니다. 츠지 히토나리는 공간을 하나의 내면 풍경처럼 그려내며,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감정의 풍경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잔상처럼 남습니다.

 

 

『좌안 우안』은 조용하지만 깊이 스며드는 감성 문학입니다. 극적인 사건 없이도 마음을 건드리는 이 소설은,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감정, 그리고 닿지 못하는 마음의 거리감을 절묘하게 표현해냅니다. 츠지 히토나리의 정제된 문체와 상징적인 공간 묘사는 독자에게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지금, 마음이 조용한 울림을 원한다면 『좌안 우안』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